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유화승 공동센터장
올해 2월, 대한통합암학회의 세 번째 이사장이 선임됐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유화승 교수다. 초대 이사장이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한의사인 복수면허 의료인이었고, 2대 이사장이 부산대 의대 출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한의학 전공자가 이사장에 오른 것은 학회 창립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유화승 교수는 이를 "자연스러운 컨센서스"라고 표현했다. 환자를 위해 의과와 한의과가 균형 있게 학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쌓여온 결과라는 것이다.
대전대학교 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연구실에서 유화승 교수를 만났다. 1991년 개설된 이 센터는 그의 연구 인생 전부가 담긴 공간이다. 그는 "통합암치료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인 흐름"이라며 "이제는 한국형 모델로 세계와 경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동서암센터는 단순한 연구 공간이 아니라, 한의학의 과학화를 실험하고 입증해 온 '현장' 그 자체다.
◇ 의사와 한의사가 한 무대에 서기까지
대한통합암학회의 공식 출범은 2015년이지만, 그 씨앗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뉴욕에서 열린 국제통합암학회(SIO) 학술대회 이후 유 교수는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대한신경외과학회 학회장을 역임한 최낙원 원장을 만나게 된다. 통합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최 원장이 대전대 한의대에 편입하면서 두 사람의 친분도 두터워졌다. 나이 차가 있었지만, 통합암학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큼은 같았다.
두 사람은 중국의 통합의학에서 방향성을 공유하며 "한국에도 통합암학회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키워갔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결정적 계기는 2014년 12월, 최 원장의 전화였다. 당시 의료계 갈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였지만, 최 원장은 "외부 환경이 좋아질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역경을 돌파할 힘이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 제안에 공감하며 의기투합했고, 2015년 1월 학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초대 이사장은 최낙원 원장이 실무는 총무이사인 유 교수가 맡았다.
그러나 출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첫 춘계학술대회는 메르스 확산과 의료계 갈등이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치러졌다. 결국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이 선택됐다. 통합을 지향하는 학회였지만, 첫 행사에서는 불가피하게 한의계를 전면에서 배제했다.
유 이사장은 "통합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감내해야 했던 결정이었다"며 "섭외했던 한의계 인사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학회의 존립을 가능하게 했다. 같은 해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전략을 바꿔 국제학술대회로 확장했고, 중국·미국·러시아 전문가를 초청하면서 통합의 정당성이 한층 단단해졌다.
이후 학회는 교과서 발간, 국제학술대회 개최, 공익 활동 등 요건을 충족시키며 2018년 보건복지부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암 분야에서 의과와 한의과가 함께하는 학술단체로는 국내 최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