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도자료

[건강칼럼] 여름철 무기력증, 단순 더위 탓 아닐 수도

등록2026-08-03 조회11

본문

최정은'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신장내분비센터 최정은 교수

덥고 습한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 아침, 땀을 뻘뻘 흘리며 출근한 뒤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얼음이 가득 담긴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다.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한껏 낮추고 종일 실내에서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여름철 풍경이다. 그러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 무심코 반복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게 만들고, 입맛을 떨어뜨리며, 만성적인 무기력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푹 쉬어도 가시지 않는 여름철 피로와 무기력증, 과연 단순히 '더위를 먹은 것'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여름철 무기력증의 숨은 원인, '이중 탈수''자율신경계 교란'

우리 몸은 여름철 높아진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미 발한으로 인해 체액이 손실된 상태에서 갈증을 해소하고자 마시는 커피나 고카페인 음료는 '이중 탈수'라는 덫을 놓는다. 카페인의 강력한 이뇨 작용이 더해져 수분 배출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혈액량 감소와 심한 탈수 상태를 유발하여 만성 피로를 가중시킨다또한, 폭염이 내리쬐는 실외와 에어컨으로 서늘한 실내를 반복해서 오가는 환경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를 극도로 지치게 만든다.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끊임없이 활성화되면서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체온 조절 불균형, 두통, 그리고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수면 불량으로 이어진다.

속이 차가워지면 기력이 떨어진다: 땀과 함께 기운이 새는 '주하병(疰夏病)'

여름철 소화불량과 식욕 부진 역시 명확한 생리적 이유가 존재한다. 인체는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체열을 발산하기 위해 혈류를 피부 표면으로 집중시킨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위장관 등 내부 장기로 향하는 혈류량은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차가운 음료나 빙과류 등 찬 음식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위장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위장 운동 기능과 소화 효소 분비가 저하되고, 결국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충분한 영양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특유의 덥고 습한 기운(서습, 暑濕)에 상하여 발생하는 이러한 일련의 무기력과 식욕부진 증상군을 가리켜 '주하병(疰夏病)'이라고 부른다. 여름의 뜨거운 병리적 기운인 '서사(暑邪)'는 본질적으로 인체의 기운을 소모시키고 진액을 말리는 특성을 지닌다. , 땀을 과도하게 흘리면 체내의 수분인 진액(津液)만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 활동의 에너지인 기()마저 땀과 함께 체외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와 진액이 동시에 소모된 상태에서 찬 음식의 과다 섭취로 소화기(비위, 脾胃) 기능까지 손상되면 스스로 기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여름철 고유의 손상 상태가 제때 회복되지 못하고 만성적인 쇠약으로 누적되면, 신체 전반의 기능이 저하되는 본격적인 '허로(虛勞)'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체질에 따른 맞춤 치료, 데워주거나 열을 꺼주거나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다스릴 때 획일화된 처방이 아닌 환자의 체질적 특성을 면밀히 감별한다. 평소 속이 차갑고 기혈 순환력이 떨어지는 환자의 경우, 여름철 찬 음식과 냉방으로 인해 비위(脾胃)가 더욱 차가워지고 굳어지기 쉽다. 겉은 땀이 나고 덥더라도 속은 얼어붙어 있으므로, 침과 뜸, 한약을 통해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반면, 본래 체내에 열이 많은 체질은 덥고 습한 날씨에 체내의 열이 밖으로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이로 인해 진액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마르고 장부가 손상되므로, 오히려 뭉친 열을 시원하게 꺼주고 고갈된 진액을 흠뻑 적셔주는 치료를 병행해야 기력이 회복된다.

땀 많이 흘리고 더위 탄다면 내분비 질환 의심해야

여름철 무기력증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닌, 다른 기저 질환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내분비 질환 중 하나인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신체의 대사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에너지를 급격히 소모한다. 그 결과, 가만히 있어도 땀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흘리고, 남들보다 극심하게 더위를 타며, 식욕이 좋아 음식을 많이 먹음에도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손 떨림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과도한 발한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여름 피로로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일상 관리

여름철 피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의 올바른 습관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갈증 해소를 위해서는 지나치게 차가운 얼음물이나 음료수를 한 번에 들이켜기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조금씩 마셔주는 것이 체내 수분 유지와 위장 보호에 훨씬 효과적이다.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커피나 카페인 음료는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만약 커피를 마셨다면 배출되는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마신 커피의 양만큼 물을 추가로 섭취하여 탈수를 방지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 차이는 5도 내외로 유지하고, 에어컨 바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얇은 겉옷을 준비해 체온을 방어해야 한다. 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고 식사는 소화가 잘되는 따뜻한 음식 위주로하여 위장을 보호해야 한다.

여름철에 겪는 무기력과 소화불량을 누구나 겪는 당연한 증상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까지 만성적인 체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체질과 증상에 맞는 치료를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